[박태환 로마in 이야기] 병 고치려 입문···뒷심 유별난 별종···펠프스 쏙 뺐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24.미국)와 '마린 보이' 박태환(20.단국대)은 참 많이 닮았다. 둘은 수영에서 기적을 이뤄낸 주인공들이다. 펠프스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단일 대회 8관왕의 위업을 이뤘다면 박태환은 수영 불모지 한국에서 자유형 400m 세계 최강자로 우뚝 서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5일시작하는 200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이탈리아 로마) 경영 종목에서 펠프스는 6개 종목(자유형 200m 접영 100m.200m 계영 400m.800m 혼계영 400m) 우승을 노리고 있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400m.1500m에 나선다. 둘은 자유형 200m에서 만난다. 베이징 올림픽 때는 펠프스가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박태환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들의 맞대결을 보기 전 닮은 구석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첫 올림픽 아픔을 보약으로= 박태환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한국 수영사상 최연소 대표(당시 15세)로 출전했다. 하지만 긴장한 나머지 첫 경기에서 출발신호가 울리기 전에 먼저 물속으로 뛰어들어 실격당했다. 박태환은 악몽을 지우기 위해 피나는 스타트 연습을 했고 현재 출발 반응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됐다. 펠프스 역시 15세인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처음 나갔다. 그는 접영 200m 결승 때 룸메이트의 출입 카드를 잘못 가져가는 바람에 숙소에 다시 들렀다 가느라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겨우 수영장에 도착했다. 결승 성적은 5위로 노메달. 펠프스는 후에 "진다는 게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4년 뒤 보란 듯 금메달을 따냈다. ◆후반부가 더 빠른 별종들= 펠프스의 세계기록은 초반보다 후반이 빠른 그의 전략 덕분에 가능했다. 펠프스는 그의 자서전 『노 리미츠(No Limits)』에서 "전반보다 후반부에 속도를 높이는 것을 수영 용어로 역분할(negative splitting)이라고 한다. 후반부에 속도를 높이는 게 힘들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은 잘 쓰지 않지만 나는 즐겨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전반보다 후반이 빠른 막판 스퍼트는 박태환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수영과의 첫 만남= 펠프스는 11세 때 그의 개인코치 밥 바우먼을 만나 수영을 시작했다. 그는 7세 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판정을 받았으며 수영에 재미를 붙이면서 이를 이겨냈다. 박태환은 어린 시절 천식을 고치려고 수영을 시작했다. 7세 때 노민상 현 경영대표팀 총감독을 만나면서부터다. 이들은 어린 시절 만난 지도자와 아직까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영광 뒤엔 '잡음'도= 올 초 영국 대중지는 펠프스가 과거 대학 파티에서 마리화나를 흡입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이 사건으로 펠프스는 미 수영연맹으로부터 3개월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는 2004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박태환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각종 루머에 시달렸다. '훈련 태도가 안 좋다' '연예인과 어울린다'는 소문이었다. 기온·바람·햇빝 영향 많이 받는 야외수영장, 금빛 물살의 변수 박태환, 적응 위해 조기 출국 '결전지' 이탈리아 로마로 출국한 박태환에게 떨어진 가장 큰 과제는 '야외수영장 적응'이다. 박태환은 17일 로마로 출국해 25일 시작하는 200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종목을 준비한다. 이번 대회는 야외수영장인 포로 이탈리코에서 열린다. SK텔레콤 박태환 전담팀 관계자는 "훈련을 야외에서 한 적은 많지만 야외 대회 출전은 아테네 올림픽 이후 처음이라 그 부분이 우려된다. 박태환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야외수영장인 아테네 아쿠아틱센터에서 국제대회를 치렀다. 당시 박태환은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출발 신호 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부정 출발로 실격됐다. 이런 아픔이 있기에 박태환은 야외수영장 적응훈련을 위해 일부러 야외수영장이 있는 전훈지를 골랐다. 그는 올 초 두 차례 총 12주간 야외수영장이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서 훈련했다. 또한 실전 훈련을 위해 5월 미국 현지에서 재닛 에번스대회에도 참가했다. 이 대회는 야외에서 열렸다. 박태환은 대표팀보다 이틀 먼저 로마로 떠났다. 노민상 경영대표팀 총감독은 "박태환은 좀 더 빨리 현지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 일찍 로마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출국 인터뷰에서 "경기장에 가면 긴장감 속에서도 즐기는 기분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올림픽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다른 선수들과의 레이스가 내게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더위에 약한 편인데 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말했다. 야외수영장은 날씨가 더워지면 수온이 올라가고 바람과 햇빛의 영향을 받아 호흡이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에 최상의 기록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첨단 수영장인 내셔널아쿠아틱센터에서 열렸던 베이징 올림픽 수영에 비해 이번 대회 기록이 전반적으로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은경 기자